임사 체험(Near-Death Experience)이란 의학적으로 죽었다는 판정을 받았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체험이다.
플라톤(Plato)의 "국가"에도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을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부터 임사 체험자는 있었다.
다만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꿈이나 환각이라고 일축하고 귀 기울여 주지 않았을 뿐이다.
진짜로 자기가 그런 체험을 했다고 우기다가는 죽었다가 살아나더니 미쳐버렸다고 정신질환자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주위의 야릇한 시선을 감당하기 어려운 임사체험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임사체험이란 것이 일시적인 화제 거리는 되었지만 곧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버리곤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학문적인 연구 대상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결국 임사체험이란 통속잡지나 흥미 본위의 삼류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의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임사체험을 이야기하는 환자들은 많았다고 한다. 그 때마다 의사들은 환각이나 꿈을 꾸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리고 다시는 입에 담지도 못하게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비슷한 체험을 말하는 환자들이 거듭되자 그것이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거기에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궁금해 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1천만부 이상 팔린 “Life after life"
하지만 그것을 대놓고 입에 담을 수는 없었다. 사회분위기가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었다가 다른 세계에 다녀왔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사회통념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두가 임사체험을 연구 주제로 삼는다는 것에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과학과 눈에 보이는 것만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에서 임사체험에 연구비를 선뜻 지원할 단체는 어디도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임사체험을 대놓고 연구한다는 것은 학자로서의 생명을 스스로 단축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위대한 선구자가 있기 마련이다. 바로 레이몬드 무디(Raymond Moody) 박사였다. 그가 1백50여명의 임사 체험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임사 체험에 직접 메스를 댄 “삶 뒤의 삶(life after life)”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책은 전 세계 각 국에서 1천만 부 이상이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세계를 소개해줌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동시에 임사체험자들에게는 자기만 그런 경험을 한 것이 아니고 또 자기가 미친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또한 임사 체험 사례를 접한 적이 있는 연구자들에게도 커다란 자극과 용기를 주기도 했다. 심장외과 전문의였던 세이봄(Sabom, M.)박사처럼 이 책을 읽고 임사 체험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선 사람들도 많았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임사체험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임사체험자들은 가치관이 180도 바뀐다
가치관 연구자인 내가 임사체험연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임사 체험자들이 보여주는 극적일 정도의 가치관 변화이다. 그 가치관의 변화란 것도 가치관이 완전히 180도 바뀌는 브레이크 쓰루(break-through)의 수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임사체험을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구의 5단계설로 유명한 매슬로우(Maslow, A.)가 말한 자기실현한 사람들 수준의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해버린다.
보통 말하듯이 임사체험을 환각이나 꿈으로 본다면 이러한 변화를 설명할 수가 없다. 다들 알듯이 사람의 행동이 바뀌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한 행동이 환각에 의해서 180도 변화한다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임사체험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임사체험에는 무엇인가 실체가 있다는 실체설과, 임사체험은 뇌가 만들어낸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뇌내현상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실 사회심리학은 임사 체험이 사실이냐 환각이냐의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전혀 관심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관심이 있는 것은 임사 체험이라는 정보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문제이다. 또한 그러한 정보가 어떤 식으로 그들의 실생활과 연결이 되어있느냐에 관심이 있다.
이것은 혈액형의 연구에 사회심리학이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혈액형의 성격론이 맞느냐 틀리느냐 여부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다만 혈액형 성격론과 같은 정보를 사람들이 어떻게 수용, 해석해서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시키고 있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심리학에서의 임사체험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그것이 왜,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을 그토록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맞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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