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년부터 퍼지기 시작한 전화사기는 2007년 5월까지 이미 3천6백여건이 신고 됐고 피해액은 3백3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현직 법원장이 아들을 납치했다는 사기전화에 속아 6천만원을 입금하는 일까지 벌어져 충격을 주었다.

같은 날
연체금액이 남아 있다는 사기전화에 속아 4천434만원을 날린 농민이 나오는 등 사기전화 관련 사건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이 사기 당한 수법은 너무나 단순하다. 어떻게 저런 사기를 당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순하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라도 사기 당할 수 있다


전화사기에 당한 사람들이 속기만 하고 살아왔던 사람들은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기 한번 당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세상에 속이는 프로는 있어도 속기만 하는 프로는 없는 법이다. 남보다 유달리 잘 속는 사람은 극히 드물 뿐 아니라  또 사기란 것이 그렇게 잘 속는 사람만을 노리는 것도 결코 아니다.  다들 속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누구나 사기 당할 수 있는 가장 큰 심리적인 이유로는 사람은 갑자기 던져지는 말에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예상치 못했던 내용의 말이 갑자기 건네지면 우선 당황하고 보는 것이 사람이다. 당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반박이 어려운 것이다. 이런 까닭에 사회심리학에는 “사람을 설득할 때는 갑자기 하라”는 말이 있다. 갑자기 하는 설득일수록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갑자기 던져지는 메시지에 대단히 취약하다. 제대로 된 반론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설득당하는 경우가 많다. 설득을 작정하고 덤벼드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넘어가지 않던 사람들도, 갑자기 던져진 말이라든지 우연하게 들은 말에는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수많은 사회심리학의 실험들이 입증해주고 있다.

더구나 전화사기같이 돈의 손실이나 사람의 목숨이 달린 전화 내용을 듣게 되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전화사기꾼들이 사칭하는 검찰이나 경찰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할지도 모른다.


패닉상태에 빠지면 100% 당한다

당하느냐 마느냐의 고비는 이순간이다. 당황한 상태가 정신적 공황상태인 패닉으로 발전되면 그 사람은 100% 당한다. 패닉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판단이 아예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피암시성이 높아져 상대방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패닉을 유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여줄까? 사회심리학자 캔트릴은 패닉현상을 분석하여 사람들이 보여준 반응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4개의 유형으로 분류했다.


(1)내재적 체크 성공: 메시지의 내용을 듣고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 따라서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았다.


(2)외재적 체크 성공: 메시지의 내용을 외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함으로써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던 사람. 이 사람들도 물론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3)외재적 체크 실패: 내용의 진위를 확인해보려 했지만 전화가 불통이었기 때문에 체크에 실패해 사실이라고 믿었던 사람. 이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4)체크를 시도하지 않음: 내용을 듣고 이것은 진짜라고 여겨버려 아예 확인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 물론 패닉에 빠졌다.


문제는 이 가운데에서 전혀 체크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전체의 32%로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전화사기에 그대로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3분의 1 정도의 사람들은 전화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러한 사람들은 입금시킬 돈만 있다면 전화사기에 당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위는 외재적 체크에 실패한 사람들로 27%를 기록, 1위와 2위를 합해 59%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기전화에 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다. 절대 피해를 당하지 않을 내재적 체크에 성공한 사람들은 23%에 지나지 않았다.


사전지식도 큰 도움이 안된다

내재적 체크에 성공하느냐 여부는 사전 지식과 경험에 달려 있다. 그러한 식의 전화사기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사기에 당하지 않는다. 사기를 당하기는 커녕 전화에 대고 욕 한번 크게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기의 시나리오가 교묘함을 더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수법은 뻔하지만 동원되는 시나리오가 점점 교묘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로 접근해올 가능성이 높다. 사기꾼들은 이미 큰 돈을 손에 넣었을 터이니 온갖 수단을 다해 새로운 수법을 개발해낼 것이다. 이럴 경우 사전에 알고 있는 지식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사전지식이란 것이 전화사기를 당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전화사기를 당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재적 체크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적어도 두 사람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다. 가족은 안된다. 전화사기범들은 유괴를 가장한 사기에서 보듯이 가족의 전화번호를 다 파악해두고 사기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 이외의 두 사람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보다 확실하다. 그리고 은행에 입금하려고 가는 식의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반드시 그들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한다고 머리 속에 굳세게 입력해두는 것이다. 이러한 입력은 반드시 반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자동적인 반응이 나온다. 사람이란 의외로 제3자적인 관점에서는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외재적 체크를 해주는 사람들은 비교적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