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파국적인 만큼 "의사결정에서의 자신과잉"이란 주제는 의사결정론, 행동경제학, 행태재무론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현대 사회와 같이 판단과 의사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신과잉은 엄청난 재앙의 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결국 판단과 의사결정에 있어서 자신과잉만큼 파국적인 것은 없다는 말이 되겠다. 다양한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들을 잠시 살펴보자
우리들은 마음속에서는 건방지기 짝이 없다
“자신의 운전실력이 어느 수준이냐는 질문에 82%의 사람들은 자기가 상위 30% 안에 속한다고 대답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86%는 자기의 외모가 다른 학생들보다 낫다고 대답했다”
“민사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의 68%는 자기가 소송에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이 창업한 경영자의 81%는 자기의 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70%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창업한 다른 사람들의 성공 확률은 39%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리학과 대학원 학생들에게 논문을 어느 정도 기간 내에 완성시킬 수 있는 지를 물어 보았다. ‘최대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 보통의 경우’, ”최대로 순조롭지 못한 경우‘의 3조건에 따라 물어 본 결과, 학생들의 대답은 각각 ’27.4일‘, ’33.9일‘, ’48.6일‘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걸린 시간은 평균 55.5일로서 학생들이 최대로 순조롭지 못한 경우 걸릴 것이라는 48.6일보다도 거의 7일이나 오래 걸렸다’
“한 회의에 참가한 무츄얼 펀드의 매니저, 애널리스트, 기업의 경영인들에게 자신들이 은퇴할 때에 어느 정도 재산을 가졌으리라 생각하느냐고 질문해보았다. 아울러 그 회의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은 은퇴 시점에 어느 정도 재산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물어보았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자신은 5백만 달러, 회의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은 2백60만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거의 모든 연구에서 자기가 다른 사람들의 2배 정도의 재산을 가질 것이라는 응답은 응답자의 직업에 관계없이 일정했다“
적어도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란 이런 식으로 마음 속에서는 건방지기 짝이 없는 것이다.
자신과잉의 3가지 형태
자신과잉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까? 우선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자신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 평균이상 효과(better than average effect)로 불리며 위에서 말한 예들의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비현실적일 정도로 긍정적인 자기관은 비정상적인 낙관주의를 이끌어낸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만은 괜찮고 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캐머라와 로벌로는 이러한 바이어스로 인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창업전선에 나서고 결국은 망해간다고 한다. 자신들의 성공할 가능성을 과대평가한 결과이다.
사실 주위의 음식점들이 문 닫는 것을 보면서도 자기만은 될 것 같아 새롭게 음식점을 여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의 상당수는 자기만은 잘될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자신이 문을 닫았던 다른 사람과는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기 마련이다.
결국 얼마 못 버티고 가게 문을 닫게 될 때가 많다. 과도한 낙관주의로 자신을 실력 이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다. 이런 까닭에 긍정적인 사고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과도한 낙관주의로 흐르는 것은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과잉의 세 번째 형태는 자신의 통제력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에 말하는 이른바 “통제의 착각(illusion of control)"이라는 현상이다. 자기가 전혀 통제하지 할 수 없는 것조차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말하다.
가령 주사위를 던져 숫자를 나오게 한다는, 지극히 우연에 의하여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것도 자기가 간절히 바라든지 염력만 넘으면 원하는 숫자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 행동이 "통제의 착각"의 대표적인 예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통제의 착각 때문에 남이 골라준 복권번호보다는 자기가 선택한 번호의 복권이 당첨될 가능성을 턱없이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로또 도입 직후 불어댔던 로또 광풍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압승 즉 필패
자신과잉은 몇 번의 성공체험에 의하여 턱없이 심해진다. 이때가 대단히 위험하다. 이러한 때일수록 신중하고 겸허한 판단이 요구되지만 사람들은 대개 이와는 반대로 나가 쓴 맛을 보는 경향이 있다. 안될 때보다 잘 나갈 때가 더 위험한 것이 세상살이인 것이다.
극도의 자신과잉은 자포자기의 심리와 대척을 이룬다. 자포자기 상태에서의 결정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신과잉 상태에서의 결정이다. 잘못된 결정이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 자포자기 상태에서 잃는 것보다는 자신과잉 상태에서 잃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투표행동연구에는 "압승 즉 필패"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하는 선거에서는 반드시 진다는 의미이다. 압승이 예상되는 분위기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 건성건성하기 때문에 지는 면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로는 자신과잉 상태에서 내려지는 결정들이 대단히 어처구니없을 때가 많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안하무인식으로 놀다가 삽질이 거듭되는 것이다. 자신과잉으로 상대방을 얕본 까닭이다. 그 결과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쉽다. 바로 이것들이 패배로 직결되곤 하는 것이다.
모든 결정 과정에서 겸손은 대단히 중요하다. 겸손이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자신과잉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신과잉을 누를 수 있는 무기는 겸손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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