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배우지 않으면 못한다

사회심리학 2007/03/10 07:25 posted by Rokea

 요즘 TV드라마에서는 하구한날 사랑타령이다. 아침부터 밤늦도록 TV는 사랑만 하다 하루를 보낸다. 사랑타령에는 연애감정이 빠질 수가 없다. TV드라마에는 애틋한 연애감정으로부터 질투를 못 이겨 복수를 서슴지 않는 처절한 연애감정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연애감정을 엿볼 수 있다.

연애감정이나 이성을 사랑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천성적인 것일까? 아니면 사람이 성장하면서 배우는 것일까? 개들 사이에도 연애감정이란 것이 있을까? 원숭이의 경우는 어떠할까?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인 비교행동학의 연구결과를 보면 동물에게는 기본적으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성적 욕구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성적 욕구가 있다고 해서 연애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성적 욕구와 연애 감정은 전혀 차원이 다른 현상이기 때문이다.


연애학습설


퍼시드와 월스터라는 사회심리학자는 사람들이 연애, 특히 정열적인 연애에 빠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말하는 세 가지 조건 가운데에서  첫째 조건이 위의 물음과 관련이 있다.


퍼시드와 월스터는 사람들이 연애에 빠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으로 연애문화란 것을 들었다. 사람들이 성장해온 문화에서는 사람에게는 연애욕구란 것이 있어서 적당한 나이가 되면 남녀는 사랑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없으면 연애감정이란 없다는 이야기이다.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면 열렬한 연애상태로 빠져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배울 기회가 반드시 있어야 연애감정이란 것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사회에 연애 문화란 것이 존재해야 만이 사람들이 연애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연애감정이란 천성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성장과정에서 습득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을 연애학습설이라고 부른다. 연애학습설에 따르면 개나 원숭이에게 연애감정이란 있을 수가 없다.


시대에 따라 너무 다른 연애감정

연애학습설이 일리있는 것은 연애감정이나 욕구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준다는 점이다. 지금 현대 우리 사회에서 연애감정이란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이지만 불과 몇백년 전의 조선시대만 해도 사정은 틀렸다. 춘향전의 몽룡이와 춘향이를 보면 그 시대에도 연애감정이 있었던 듯싶긴 하다.
하지만 춘향전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 남녀 구별이 엄격했던 양반 계층에서 성춘향식의 연애감정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서로 보지도 못하는 처지에 가문과 이름만으로도 연애감정이 생길 수 있을까? 물론 생길 수는 있을 것이다. 누가 내일 샤넬 옷 하나 준다고 하면 안 봤더라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고 선택한 것보다 못하다는 것은 누구든지 안다.


결혼 전에는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다 결혼식 날 당일이 되어서야 마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과연 연애감정이 생겨날 수 있었을까? 설령 상상력을 동원한 연애감정이 있을 수 있는지는 몰라도 지금 우리가 받아들이는 연애감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또한 연애감정의 성격 자체도 시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주었다. 가령 중세 유럽에서는 연애감정이란 성적 욕구가 동반되지 않는 순수하고 신성한 혼외 남녀의 감정이라고 여겨졌다. 그에 비해 지금은 연애감정을 결혼을 전제로 하는 남녀 간의 성적 욕구를 동반하는 감정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식의 해석도 물론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또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요즘같이 사회가 급속히 변화하다 보면 연애감정이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동성 간의 감정이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연애감정이란 사회에서 습득되는 것이다 보니 지역과 시대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만약 연애감정이 천성적이란 것이라면 지역과 시대에 따라 위와 같은 차이를 보이지는 않아야 한다.


연애의 선생님은 TV드라마


과거에는 옛날이야기나 우화 등을 통하여 연애감정이 육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옛날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해서 연애문화란 것이 은근하게  전승되었다.


지금은 매스컴이 발달되다 보니 사정이 전혀 틀려졌다. 지금 연애문화의 주된 전파자는 TV이다. 사랑타령에 날을 새우는 TV 드라마는 물론 연예인의 사생활을 시시콜콜 파고드는 연예 관련 프로그램, 토크쇼 등도 우리에게 은연중에 연애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더구나 요즘에는 아이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에도 연애감정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퍼시드와 월스터에 따르면 성장기에 어떠한 연애에 대하여 학습했는가에 따라 청년이 되었을 때 연애욕구와 감정이 결정된다. 드라마에서 어떠한 사랑을 이상적으로 묘사하는가에 따라 지금 그 드라마를 보고 있는 청소년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의 연애 형태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TV방송국들은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새로운 소재를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연애이야기에는 시청자들이 눈길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청자 입장으로 본다면 주위를 둘러봐도 널린 게 평범하고 정상적인 연애이야기인데 굳이 시간 들여 드라마를 볼 필요가 없다. 돈독오른 방송국으로서 불륜이나 혼외정사라는 식의 비정상적인 연애이야기로 TV드라마를 메꿀 수밖에 없다. TV드라마를 줄여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지금 이런 쓰잘 데 없는 드라마를 보고 연애문화를 습득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방송국들은 드라마를 대폭 줄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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