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프는 스스로 행한 3천 회에 걸친 임상 투여 실험과 동료들의 2천여 회의 보고기록을 검토했다.
그결과, LSD에 의한 체험은 약물중독에 의한 몽환이 아니라, 서구의 심층심리학으로부터 동서의 신비사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관찰되어온 체험과 동일한 인간정신의 심층에 잠재하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그로프는 인간 정신의 작도법(cartography of the human psyche)을 제창하며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심층 체험의 영역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이 4가지를 변성의식의 단계로 보아도 무방하다
감각적 장벽 영역
사이키델릭 조명처럼 주위가 번쩍거리거나 복잡하고도 기묘한 기하학적 패턴이 요동치는 현란한 움직임을 보기도 한다.
이 상태에서의 체험은 시각적 감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거나 신비스러운 소리를 듣기도 한다. 평소와는 다른 미적 만족감이나 황홀감을 맛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추상적일 뿐 거기에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그로프는 말한다.
그로프는 이와 같은 현상을 내면을 향해서 깊숙이 파고드는 자기탐구 활동을 감각이 저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흔히들 사이키델릭 체험이라고 하는 것들은 이 단계에 머무르는 것들이 많다.
회고적, 자전적 영역
감각적인 미적 체험을 거치고 나서 마주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아직 해결되지 않았던 갈등, 억압된 기억, 심리적 앙금 등이 무의식으로부터 떠올라 경험된다고 한다.
그로프는 체험이 기억되는 방식은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기계적으로 정리,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 대신 어떤 특정한 성질을 갖는 체험이나 감정을 중심으로 비슷한 체험이 포도송이와 같은 클러스터로 기억된다고 보았다. 무의식화된 감정이 핵을 만들면, 이 핵을 중심으로 이것과 비슷한 감정을 낳은 체험들이 하나의 클러스터로 기억된다고 한다.
그로프는 이와 같은 클러스터를 코엑스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이 때문에 치료 중에 어떤 체험이 떠오르면 비슷한 체험들이 연이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분만 전후의 체험영역
그로프는 자기 탐색 과정에서 출생 전후의 체험에 수반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보고 있다.
그는 LSD 실험을 통해서 분만 전후의 체험을 다시 겪는 사람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침대 위에서 몸을 움츠려 태아와 같은 모습을 취하거나, 산도와 같은 비좁은 통로를 통과할 때처럼 몸을 바싹 틀면서 갓 낳은 아이의 첫 울음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는 피험자가 많았다.
그로프 자신도 이 광경을 보고는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그로프는 랭크의 출생외상 이론으로부터 큰 암시를 받았다. 랭크에 따르면 태아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자궁은 낙원이며, 출산은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을 뜻한다, 태아는 출생시에 근원적인 심리적 외상을 입는다고 랭크는 보았던 것이다.
조사를 해보면 엄마 뱃속에 있던 때를 기억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일본의 산부인과 병원인 이케가와 클리닉은 2000년 8월부터 2002년 1월까지 병원, 조산원, 유치원의 원아들을 대상으로 태내기억에 관한 조사를 실시했다.
최종 회수된 113건을 분석한 결과 59.3%인 67명이 태내기억이 있다고 말했으며 46건(40.7%)는 출생시의 기억이 있다고 응답했다. 임신 동안 엄마가 뱃속에 자주 말을 건 아이들의 경우가 태내시의 기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출생시의 기억과는 상관이 없었다.
또한 근래의 연구는 갓 태어난 아이들도 기억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아들의 뇌파를 측정하면 엄마의 목소리에는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영아들이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로프는 출생 보다는 자궁-산도-분만의 과정이 문제가 될 뿐이며 모든 출생이 심리적 외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트랜스퍼스널 체험영역
분만 전후의 체험 영역을 지나서 더욱 깊이 들어가다 보면 마주치는 마지막 단계이다. 이 트랜스퍼스널 영역에서는 상식이나 과학으로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로프는 뇌를 초월한다는 의미에서 트랜스퍼스널이라고 명명했다.
트랜스퍼스널 체험은 시간의 틀을 초월하는 체험, 공간의 틀을 초월하는 체험, 개인성을 초월하는 체험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각각의 체험의 내용에 관해서는 그 세계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한다. 물론 보통 사람들로는 믿기 어려운 트랜스퍼스널 체험영역조차도 별거 아니라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까닭에 앨퍼트가 LSD를 버리고 성자의 길을 가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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