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도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녀들로 넘친다. 30대 전반의 미혼은 노총각, 노처녀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이다.
결혼하지 않는 남녀가 딱 부러진 이유가 있어서 독신으로 지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독신주의를 철저히 신봉해서 독신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소수이다.
“어쩌다 보니”, “일에 치여서”, “만남 자체가 없어서”, “내게 맞는 사람이 없어서”라는 소극적인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결혼할 의욕도 마음도 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결혼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인 것이 현실에 가깝다.
하지만 결혼할 의향이나 의사가 무한정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선을 넘으면 결혼할 의욕은 뚝 떨어진다. 자기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포기 상태로 접어들어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 맡길 때가 온다는 이야기이다. 그 때가 언제 쯤일까?
몇살이면 결혼을 포기할까?
우리나라는 아직 덜 급한 탓인지 몰라도 이런 문제를 다룬 조사가 거의 없다. 서구의 경우에도 동거가 혼인의 대안으로 자리 잡은 탓인지 이런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런 까닭에 우리로서는 먼저 "만혼"이라는 문제를 고민했던 일본의 조사를 참고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사결과는 현재의 우리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가 늦어도 10년 후에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따라서 지금 20,30대 미혼남녀에게는 남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는 것이다.
메이지 야스다(明治安田)생활복지연구소가 2007년 8월 22일 발표한 “30~50세대 미혼자의 생활설계에 관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결혼의욕의 고비는 남성의 경우 50대, 여성의 경우 40대에 찾아온다.
“반드시 결혼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하고 싶다”,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라고 대답한 결혼긍정파의 비율을 보면 남성의 경우 40대 후반까지는 7할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50대로 접어들면 큰 폭으로 낮아진다.
여성의 경우 결혼긍정파는 30대에는 7할을 약간 넘지만, 40대 전반에는 5할, 40대 후반에는 3할로 급감했다. 여성의 경우 결혼의향의 고비는 남성의 경우보다 10살 정도 낮은 40대에 찾아오는 듯 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남성의 경우)
결혼에 대한 응답을 남녀별로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남성의 경우를 보면 “반드시 결혼하고 싶다”는 응답은 40대 후반에서 급격하게 감소한다. 30대 전반에 23.6%였던 것이 40대 후반에는 4.5%로 5분의 1로 떨어지는 것이다.
40대 후반 이후에는 3~4%가 유지되고 있어 결혼을 심리적으로 포기하는 나이는 50대가 아니라 40대 후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조사결과는 시사하고 있다. 40대 전반의 경우도 11.4%로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해준다.
나이에 따라 늘어나는 것은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고 싶다”는 응답이다. 40대 전반까지는 30%대였던 응답률이 40대 후반으로 가면 52.3%로 대폭 증가한다. 그러다 50대 전반으로 가면 27.3%로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40대 후반까지는 결혼에 대한 미련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 이러한 응답패턴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나이에 따라 늘어나는 것은 “결혼은 하늘의 뜻”이라는 응답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결혼 포기성 응답이다. 두 문항에 대한 응답률은 50대 전반에선 54.6%, 50대 후반에서는 68.9%로 이 연령층에서는 결혼이란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에 대한 생각(여성의 경우)
여성의 경우 “반드시 결혼하고 싶다”라는 응답은 40대 전반으로 들어가면 급격하게 떨어진다. 30대 전반 21.9%, 30대 후반 16.4%였던 응답율은 40대 전반으로 가면 4.5%, 40대 후반에서는 6.3%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50대 여성의 경우 “반드시 결혼하고 싶다”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한명도 없어 이 연령층의 여성들은 자기 힘에 의한 결혼은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 대신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하늘의 뜻”이라는 응답은 많아 결혼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30대 후반이 “꼭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응답률이 가장 적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연령대라는 것이다. 이것은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의 고비가 30대 후반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연배의 여성들이 독신으로 사는 이유가 결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 주기도 한다.
남녀의 응답패턴을 보면 여성의 경우가 남성보다 포기가 빠른 동시에 보다 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의 경우 50대가 되면 결혼에 대해 포기를 하고 일생독신을 각오하고 있으나 남성의 경우 50대의 경우도 결혼에 대해 완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여성의 경우 40대 이후면 일생 혼자 살 각오를 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남자에게는 그러한 결심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생활계획에까지 이어져 여성의 경우는 착실한 저축을 통하여 노후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었지만 남성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메이지야스다 생활복지연구소의 “여성은 빠른 시기로부터 일생독신의 각오를 정하고 생활설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남성은 결혼에 대한 미련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라는 분석에 수긍이 가는 조사결과이다.
10여년 땡겨서 하늘의 뜻을 물어보자
이상의 결과를 본다면 남성의 경우 40대 후반, 여성의 경우 30대 후반이 자력에 의한 결혼을 포기하기 시작하는 연령대인 듯하다. 이 이후의 연대에서는 “결혼은 하늘의 뜻”이라고 팔자에 맡기는 사람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결혼을 포기하는 연령대가 남성의 경우 50대, 여성의 경우 40대라고 하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군”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
서른 지나면 10년은 우스울 정도로 빨리 간다. 마흔이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굳이 50대, 40대가 돼서 결혼을 하늘의 뜻에 맡기느니, 미리 10여년쯤 땡겨서 하늘의 뜻을 물어보면 어떠할까?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면 하늘의 뜻은 이미 강림해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