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가운데에서도 직장 내 인간관계만큼 골치 아픈 것도 없다.
특히 같은 부서나 팀에 근무하는 사람들 간에 관계가 삐걱대면 당사자들로서는 죽을 맛이다.
같은 부서에 속한 사람들은 배우자보다도 하루 가운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이이다. 이런 사이이다 보니 갈등이 있다면 하루하루가 불편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중간관리자 vs 신입사원, 새로운 갈등
직장 내 인간관계 가운데에서 요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상사, 특히 중간관리자와 입
상급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요즈음의 젊은 직원들은 일과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너무나 약하다.
상사의 권위도 인정해주질 않고, 또 그렇다고 해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또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들은 회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열심히 해왔는데, 요즘 젊은 직원들에게서는 그러한 자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지도 않을뿐더러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하니 영 답답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마디 하면 발끈하니 말하기도 껄끄럽다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 역시 할 말이 많다. 아무리 상급자라고 해도 잘 못된 것은 잘 못되었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다 잘헤 보자고 의견을 말할 뿐인데 그것을 대든다고 받아들이면서 권위로 찍어 누르려만 하는 것은 너무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이다. 또한 일도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으면서 못한다고 구박만 하니 하루하루가 힘들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양쪽 말, 모두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서로 일리가 있는 행동이 왜 통하지 않는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기준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결과이다.
젊은 직원들은 사회적 스킬을 익힐 기회가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 필요한 사회적 스킬이 대단히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이것은 젊은 사람들 개개인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가정이나 학교 등이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지난날에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스킬은 기본적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마스터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형제가 많다 보면 갈등과 싸움이 없을 수 없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죽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학교에서도 싸움을 통하여 자기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형제라고 해야 많아봐야 둘이고 하나인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아이들이 적다보니 부모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다 해준다. 더 못해줘서 안달을 할 정도이다. 학교라고 다를 게 없다. 요즘은 수행평가 때문에 싸움 한번 안하고 성장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사회적 스킬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결국 자기 위주의 생각만 하는 젊은 사람들이 양산되고 만다.
하지만 이것은 곧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보다 조금 앞서가고 있는 일본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근래 일본의 매스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말에 파워 하라스먼트(power harassment)란 것이 있다.
파워 하라스먼트란 직장 내에서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아랫사람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보통은 줄여서 “파워 하라”라는 식으로 쓴다.
작년 일본의 도쿄 지방재판소는 파워 하라스먼트와 관련, 일본의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렸다. 토쿄 지방재판소는 한 회사원이 자살한 것이 파워 하라스먼트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이 남성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심각한 파워하라스먼트
이 남성 회사원은 1996년에 “日硏化學”이라는 회사에 입사해, 99년 8월 지방 영업소에 배속되었다. 이 남성은 영업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영업부장은 힘에 부치는 실적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휴일출근도 강요했다.
또한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영업부장으로부터 “사표를 써라”, “할 마음이 있는건가”라는 식의 질책을 매일같이 받았다고 한다. 이 남성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99년 12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정도의 질책으로 자살한다면 우리 회사 사람들은 벌써 다 자살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남성이 들었던 모욕적인 언사는 위에 말한 질책이 전부가 아니었다.
“너의 존재 자체가 눈에 거슬린다”, “회사를 먹이감으로 알고 있다. 월급도둑”, “너는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 좀 사라져 달라”, “내가 어디를 가더라도, 네가 일을 안하는 놈이라고 떠들고 다닐 것이다”, “대인공포증에 걸린 놈”, “등 뒤가 온통 비듬투성이다. 병인가?”라는 식의 인격모독성 질책을 매일같이 해댔다는 것이다.
결국 토쿄 지방재판소는 자살과 폭언과의 인과관계를 인정, 회사원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파워 하라스먼트를 원인으로 하는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사법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상사의 폭언도 “지도하는 범위”라고 하여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사실 요즘 파워 하라스먼트로 간주되는 말들은 이전에는 대단히 흔히 사용되던 것들이다. “그 따위로 일하려면 회사 그만 둬라”, “오늘부터 모가지다”라는 식의 말은 화가 난 상사가 부하직원을 질타할 때면 으레 사용되던 말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말들이 왜 지금에 와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지금이야말로 관계에 매달려야 할 때
물론 우리 사회는 아직은 일본과 같은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시간문제일 뿐이다. 일본의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은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 반드시 들어온다. 왕따가 그랬고 오타쿠가 그랬다. 히키코모리 역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다음은 분명히 파워 하라스먼트이다. 이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미 우리 사회에도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도 관계라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때가 된 것이다.
직장내 인간관계의 문제는 사람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좋지 않은 관계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사들은 부하 직원에게 조금 자세하다 싶을 정도로 가르쳐 주면서 일을 맡기는 것이 좋다. 요즘의 젊은 직원들은 그냥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맡겨진 일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모르는 것은 분명히 모른다고 이야기하면서 자세하게 가르쳐줄 것을 부탁하는 편이 좋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을 부둥켜 안고만 있다가는 더 큰 문제로 비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다. 물론 나의 자존심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자존심도 포함해서이다. 내가 나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만큼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고 나서 좋은 관계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윗 사람이든 아랫 사람이든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사실 이것 하나만 지켜줘도 직장 내 관계의 문제는 줄어든다. 호의에서 하는 행동도 상대의 자존심을 얼마든지 해칠 수 있다는 것은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상사는 사람들이 보는 데에서 부하직원을 야단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할 필요가 있다. 심한 욕설은 물론 피해야 한다. 부하직원 역시 사람들이 보는 데에서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절대 피해야 한다. 이런 식의 행동으로 나의 자존심은 올라갈지 모르지만 상사의 자존심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관계의 악화로 비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사회 돌아가는 것이 엉망이다. 당장 좋아질 징조도 안보인다. 상황이 어려울 때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것에는 관계만한 것이 없다. 힘들수록 서로 보듬고 다독거려 주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이야말로 배려와 존중으로 회사 안이 넘쳐야 할 때인 것이다
( 이 글은 우리은행 사보 "우리가족" 12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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