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지역감정 논란이 다시 한 번 극성을 피울 듯싶다. 지금은 아직 대선이 9개월이나 남았고 정치권은 제 코가 석자이다 보니,  노골적인 지역감정 언급은 자제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대선이 임박해 열세에 놓인 측은 판세를 한 번에 뒤집기 위해 지역감정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더구나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경상도 출신 가운데에서 하나로 후보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누군가가 지역감정을 이용할 토양이 벌써 부분적이나마 마련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역감정이 망국병이라는 데에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일 뿐,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서로를 증오하고 저주하는 지역감정 싸움이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지역색을 표방하는 정치 전문 사이트뿐만 아니라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사이트에서도 별거 아닌 언쟁이 심각한 지역감정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bias와 prejudice

지역감정이란 감정이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이성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민감하다. 따라서 머리로는 지역감정이 나쁘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자신이 직접 공격을 받거나 싸움의 당사자가 되면 평정심을 잃어버리기 쉽다. 평소 지역감정이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더라도 만일 자기가 공격을 받거나 싸움의 한복판에 들어서면  상대방과 똑같은 논리로 대응하기 쉽다는 말이다.


이렇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정치권의 꼭둑각시가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지역감정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만일 이번마저 우리들이 지역감정의 노리개가 되어버린다면, 지역감정이란 망국병은 더 이상 치유하기 힘들어진다.

그뿐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에 희망이 없어지고 만다. 결국 대한민국은 갈갈이 찢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과 그가 속한 정당을 징벌하고 반드시 지역감정 논란을  끝장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대체 지역감정이 무엇이길래 몇십년 동안 척결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심해져 가는 것일까? 꺼져 가던 것처럼 보이던 지역감정이 대선때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무엇 때문에 세상의 편견에서 자유롭고 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해야할  2, 30대 젊은 사람들까지도 지역감정의 노예가 되어 상대방을 저주하고 비난하는 것일까?


지역감정이란 한마디로 말해 편견이다. 편견을 가장 간단히 말하면 충분한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다. 편견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에는 bias와 prejudice의 두 가지가 있다


bias란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에 의하여 형성된 편견을 말한다. 가령 호남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던 사람이 호남사람에 대하여 적대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의 편견을 말한다. 이에 비하여 prejudice란 자기가 스스로 겪은 것이 아니라 남들의 의견이나 사회의 지배적인 통념에 의하여 형성되는 편견을 의미한다.


“지역감정은 밥상머리에서 전파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 경우의 지역감정은 간접적인 체험에 의하여 형성되는 편견인 prejudice를 의미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bias가 아니라 오히려 prejudice이다. 자기가 피해를 입은 후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체가 애매한 사회적인 통념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고 또 전파되는 편견인 prejudice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다.


편견과 차별은 다르다

지역감정은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이다. 스테레오 타입이란 사람을 그가 속한 카테고리나 집단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다양한 기준을 이용하여 분류한다. 우리 편과 나쁜 편,  흑과 백, 남과 여, 한국인과 일본인, 불교 신자와 기독교 신자,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식으로. 이런 식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사회심리학에서는 카테고리라고 부른다.


스테레오타입에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경우가 많지만 또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근거가 있든 없든 스테레오타입은 기본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다. 스테레오타입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그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똑같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 부동산 폭등으로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강남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투기나 하는 졸부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강남이라고 해서 부자만 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식들 모두에게 강남 아파트 한 채씩을 물려주어, 집값이 상승할 때면 가문의 부가 증진하는 것에 쾌재를 부르는 졸부도 물론 많다. 이런 넘들은 욕먹어 싸다. 반면 공부 잘하는 자녀를 둔 탓에 좁은 집으로 이사왔으면서도 전월세가 올라갈까봐 전전긍긍하는 세입주자가 살고 있는 곳 역시 강남이다.

지난번 TV에서도 나왔듯이 비닐하우스에 사는 강남사람도 많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강남 사는 사람들 모두를 졸부로 간주하고 있다.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역감정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반호남적인 정서이다. 대놓고 말하기 쑥스러우니까 특정지역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지만 그 특정지역이 호남을 의미한다는 것은 우리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또한 영남 사람들만이 지역감정을 가진 것은 물론 아니다, 호남을 제외한 여타지역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반 호남적인 정서를 갖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지역감정이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인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편견과 차별을 구분한다. 편견이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태도이지만 차별은 편견이 행동으로 나타난 것을 의미한다. 결혼이나 취직에서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다면 그것은 이미 편견이 아니다. 명백한 차별인 것이다. 지역감정이라는 두루뭉실한 표현에는 차별이라는 요소까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지역감정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알아보자.  (계속)

지역감정의 심리(2)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