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이라고 간단하게 말은 하지만 그것의 이면에는 수많은 심리적인 요인이 관여하고 있다

 너무나 다양한 심리적 요인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감정을 척결해야만 한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고 있음에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번부터는 지역감정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심리적 요인들을 하나 하나 살펴 본다.


1. 카데고리화 과정의 오류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다양한 기준을 이용하여 분류한다. 우리 편과 나쁜 편,  흑과 백, 남과 여, 한국인과 일본인, 불교 신자와 기독교 신자, 살찐 사람과 마른 사람,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는 식으로.


이런 식으로 분류하는 기준을 사회심리학에서는 카테고리라고 부른다. 우리는 주위 세계를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한다. 그 뿐만 아니라, 가령 마른 사람은 신경질적이고 살찐 사람은 낙천적이라는 식으로. 각 카테고리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이미지에 근거하여 전달되어지는 정보를 처리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모든 것을 카테고리화 시킴으로써,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전달되어 오는 방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거기에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카테고리안의 대비와 동화

사회심리학의 몇몇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카테고리화 하는 과정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 이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실험재료는 길이가 서로 다른 선분을 그린 8장의 슬라이드였다. 이 8장의 슬라이드는 길이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길이가 긴 선분들 4개에는 A라는 라벨을, 길이가 짧은 선분 4개에는 B라는 라벨을 붙였다.


그리고 나서 선분들의 슬라이드를 무작위로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 카테고리 A의 가장 짧은 선분의 길이가 실제보다 상당히 긴 것처럼 학생들은 지각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카테고리 B의 가장 긴 선분의 길이는 실제보다도 훨씬 짧게 생각하고 있었다.  A그룹은 긴 선분들이고 B그룹은 짧은 선분이다라는 선입견 속에서 정보를 처리한 결과이다.


신장에 따라 그려진 일본인 네 명과 스웨덴인 네 명의 그림을 보여주는 경우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다. 사람들은 일본인 가운데 가장 키가 큰 사람의 신장은 지나치게 작게, 그리고 스웨덴인 가운데 가장 키가 작은 사람의 신장은 과도하게 크게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경우도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인은 키가 작다, 그리고 스웨덴인은 키가 크다라는 선입견에서 정보를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카테고리간의 대비와 카테고리내의 동화로 인한 강조효과”라 불리며, 길이나 높이 등의 물리적 성질을 판단할 때만이 아니라 심리적 속성이나 태도 등을 추정할 때도 나타난다. 카테고리간의 차이는 되도록 크게 느끼고 카테고리안의 차이는 되도록 적게 느끼는 현상이다.


사회적 카테고리란, 성이나 민족, 종교, 신조, 출신지 등의 카테고리에 따라 자신이 소속된 내집단(內集團)과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외집단(外集團)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카테고리에서도 물론 앞서 말한 착각이 일어나며  자신이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착각의 강도는 더욱 크다. 이것이 지역감정이 일어나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적 이유의 하나이다.


외집단 동일성 원리

카테고리간의 대비로 자기 지역 출신과 다른 지역 출신간의 차이점을 과도하게 강조한다. 차이가 아예 없는 경우에도 기어코 차이를 찾아내고야 만다.


카테고리내의 동화로 다른 지역 출신들의 장점은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단점은 과도하게 강조한다. 반면 자기 지역 출신의 장점은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자기 지역 출신들의 단점은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

이런 심리로 지역감정 소유자들은 DJ때 호남의 인사편중은 지역감정의 근원이라고 핏대를 올리면서  과거 3, 5. 6공화국과 YS 때의 인사편중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얼버무린다.


마찬가지로 영남패권주의를 부르짖는 또 다른 지역감정의 소유자들은 YS 정권의 치적, 금융실명제나 토지거래허가제, 하나회 제거 등의 개혁정책은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면서 IMF로 나라를 망치게 한 정권이라고 일축해버린다. 그 반면 DJ 정권 때의 부동산 폭등, 카드정책 실패 등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여기에 외집단 동일성 원리라는 것이 작용한다. 외집단 동일성 원리란 자기가 속하지 않은 외집단은 비슷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자기가 속한 내집단은 각기 개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심리적인 경향을 말한다.
 
우리가 서양 사람들의 얼굴은 다 비슷하게 보여 잘 구별 못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는 잘 구분할 수 있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외집단 동일성 원리 때문이다.


이 원리 때문에  다른 지역 출신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가 다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자기 지역 출신들 사람들은 각기 개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다른 지역 출신들은 한꺼번에 뭉뚱거려 모두가 다 못된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자기지역 출신 가운데에는 못된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역감정의 심리(3)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