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최소조건실험
우리사회의 지역감정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것은 지역감정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역감정의 피해자들은 다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가 있어서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호남사람들은 다 차별받을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말에 논리적 근거를 대기 위한 지역감정 소유자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진위의 여부 조차 의심받고 있는 훈요십조를 가져오고, 이중환의 택리지를 들먹거리기도 한다. 심지어 지역감정에 관한 필화로 고생을 겪었던 소설가 오영수의 글을 인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 때문에 호남사람들은 차별을 받아 마땅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아무 이유없이 생겨나는 편견
하지만 지역감정과 같은 편견이란 근거가 있어서 생겨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람이란 편견을 가질 근거가 희박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아도 집단이 나뉘어졌다는 이유 하나로 편견을 갖고 차별을 한다. 한마디로 말해 지역감정에 근거가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며 지역감정의 원인이라고 갖다 붙이는 것이 대개는 지역감정의 결과물일 때가 많다.
사회심리학의 한 실험을 살펴보자. 이 실험은 집단을 나누는 근거가 희박한 거의 최소수준이라는 의미에서 최소조건 실험이라고 불린다.
실험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8명의 대학생을 한방에 집합시킨 후 수많은 점이 그려진 슬라이드를 아주 짧은 시간 보여준 후 점의 수를 추정하여 종이에 적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점의 수효를 추정하는 작업을 40번 반복한 후 또 다른 실험에 참가해줄 것을 부탁받았다.
이어지는 실험에서는 직전의 실험에서 추정한 점의 수에 따라 대상자가 두 그룹으로 나뉘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즉 점의 수를 많게 추정한 학생들이 한 그룹(과대 추측그룹)을 , 적게 추정한 학생들이 다른 한 그룹(과소 추측 그룹)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실험은 다른 사람에게 실제로 돈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에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되어 이름이 아니라 번호로 불리어질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 후 참가자들은 한명 한명씩 개실로 안내되어 자신이 과대추측 그룹과 과소추측그룹 가운데 어느 그룹에 속하고 있는가 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주어진 조건에 따라 각각의 그룹(내집단과 외집단)에 속하는 두 사람에게 상금을 분배하도록 요구받았다.
실험의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과 같은 집단(내집단)에 속했다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준다는 유리한 선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뿐 아니라 내집단 사람과 외집단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설사 내집단 사람에게 돌아가는 절대 금액은 적더라도 외집단과 차이가 더 나는 선택을 택하고 있었다.
가령 내집단에게 15달러, 외집단에게 13달러라는 선택보다는 내집단에게 7달러, 외집단에게 1달러라는 선택을 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집단에게 15달러, 외집단에게 13달러라는 선택은 내집단 사람에게도 이익이 되지만 또 그만큼 외집단 사람에게도 이익이 된다.
상대방 잘 되는 꼴은 못본다
이 경우 학생들은 내집단에 7달러, 외집단에 1달러라는 선택을 택함으로써 내집단에 속한 사람의 이익을 줄여서라도 외집단에 속한 사람과 격차를 벌리려고 하였다. 학생들은 일관되게 외집단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상대방 잘 되는 꼴은 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인 것이다.
사실 이 실험에서 학생들은 추정한 점의 수에 따라 합리적으로 나뉘어진 줄 알고 있었지만 사실 학생들은 적당히 나뉘어져 있었다. 점수에 상관없이 임의적으로 나위어져 있었지만 학생들 스스로만 자신들의 점수에 따라 그룹이 나뉘어졌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양그룹의 구성원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이처럼 집단간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경우에도 일단 집단을 구분짓게 되면 편파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것이 사람이다.
지금 소리를 죽이고 있지만 우리사회에는 지역감정을 부축여야만 하는 세력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지역감정으로 덕을 볼 뿐 아니라 지역감정을 자극해야만이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이 대표적이겠다.
사실 정치인들이야말로 우리사회의 지역감정을 불러온 장본인들이다. 편을 가르고 나면 다른 편에 배타적이 되는 것이 사람들의 기본적인 심리일진데, 배타적이 되도록 부축이고 선동하는 세력이 있는 한, 그것도 정치가라는 힘이 있는 세력이 존재하는 한 지역감정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지역감정의 수혜자들이 지역감정을 없애야한다고 입으로만 강변하는 한 지역감정은 영원히 계속될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입에도 못 올리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일지도 모른다.
지역감정의 심리(4)로
'사회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금의 나는 진짜 나가 아니다 : 모라토리엄 인간 (5) | 2007/03/26 |
|---|---|
| 소수의 법칙 : 지역감정의 심리 (4) (9) | 2007/03/22 |
| 모든 차별에는 근거가 전혀 없다 : 지역감정의 심리 (3) (2) | 2007/03/21 |
| 차이가 없어도 차이를 찾아내고야 만다 : 지역감정의 심리 (2) (1) | 2007/03/21 |
| 이번에는 끝장내자 : 지역감정의 심리 (1) (1) | 2007/03/19 |
| 인터넷 폐인의 심리 (3) (5) | 2007/03/1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