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도 말했듯이 편견에는 “bias”와 “prejudice”의 두가지가 있다.

“bias”란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에 의하여 형성된 편견을, prejudice란 자기가 스스로 겪은 것이 아니라 남들의 의견이나 사회의 지배적인 통념에 의하여 자기도 모르게 형성된 편견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주로 문제로 삼아왔던 것은 간접척 체험의 산물인 prejudice라는 편견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체험의 산물인 bias의 경우에도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bias란 것이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착각인 소수의 법칙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가지로 모든 것을 판단한다

소수의 법칙이란 통계학에서 말하는 대수의 법칙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n개의 사건 중에서 성질 A를 가지는 것이 r개 있으면, r/n는 A가 일어나는 확률이다. 관찰 횟수 n을 크게 함에 따라 r/n는 일정한 값 P에 한없이 가까워진다는 것이 대수의 법칙이다.


수식이 섞이면 골치 아프니 간단한 예로 설명해보자. 동전을 던지는 경우를 생각해본다. 앞과 뒤가 나올 확률은 각각 2분의 1이다. 그러나 던지는 회수가 적을 때에는 앞이 나오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5번쯤 던지다 보면 앞만 계속해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던지는 회수가 수없이 많아지다 보면 확률은 50%로 고정되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대수의 법칙이다.


대수의 법칙은 실생활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개개의 현상들은 얼핏 보면 우연히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현상들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긴 시간을 두고 관측 회수를 늘려 전체적인 경향을 살펴보면 어떤 일정한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개개인의 체중이나 신장은 서로 다르지만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통계를 내어가면 표준 체중이나 표준 신장이라는 거의 일정한 값에 가까워지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이러한 현상을 말하는 것이 바로 대수의 법칙이다.


이에 비하여 소수의 법칙이란 아주 적은 예로 전체를 추정하려는 우리들의 심리적인 경향을 말한다. 평소에 일본인이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을 생각해보자. 만일 그가 우연하게 만났던 일본인들로부터 아주 불쾌한 취급을 당하면 그 사람은 일본사람 전체를 못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소수의 법칙에 사로잡히게 된 사람에게 일본인은 친절한 사람들이라고 말해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다.


또한 지역감정이 없던 사람이라도 만일 어떤 지역 출신에게서 사기를 당해버린다면 그는 그 지역출신들 모두를 사기꾼이라고 매도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자기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군대시절 어떤 지역 출신의 고참에 시달려본 사람들은 그 지역사람들이면 이를 간다. 이것이 모두 소수의 법칙이 가져다 준 결과이다.


소수의 법칙은 착각일 뿐


누차 강조하지만 사람이란 각양각색이어서 착한 사람도 못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또 사람이 많다 보면 사기꾼도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요즘 세상에 어느 지역에 못된 사람과 사기꾼만 산다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 사회가 제대로 기능할 리가 절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더라도 자신이 직접 당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평소의 생각은 씻은 듯이 없어지고 피해를 준 사람이 속한 집단 전체를 사기꾼이라고 매도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소수의 법칙의 효과는 큰 것이다. 소수의 법칙은 일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특수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중요한 원칙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수의 법칙이란 착각이란 것이다. 착각에 빠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착각에 빠진 사람에게 “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해 보아야, 좋은 소리 듣기 힘들다. 누가 누굴보고 착각하고 있다고 하느냐는 비아냥만 돌아오기 십상이다.


착각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길이란 스스로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다른 착각은 모르더라도 소수의 법칙에 의한 지역감정은 의식적으로 내가 잘못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의외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한두사람을 보고 수백만의 사람을 못됬다고 낙인찍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