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졸업하면 이제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다. 사실 요즘 세상에서 만화와 애니메이션 만큼 BIG(Beauty Is Good) 스테레오타입 전파에 더 책임을 져야 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들이야말로 어린이들에 대한 영향력이 너무 강해, 그림책으로 갓 형성된 BIG 스테레오타입을 정착시켜주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만화가들이 의도적으로 BIG 스테레오타입을 전파시키기 위하여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독자인 아이들의 눈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구미를 너무 의식해, 심하다 싶을 정도로 BIG 스테레오타입을 반영하고 있는 만화들은 생각좀 해보아야 한다.



완벽할 정도로 BIG스테레오타입을 반영하고 있는 "짱구는 못말려"

가령 애, 어른 할 것 없이 즐겨 봤던 “짱구는 못말려”를 살펴보자. 이 만화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들 가운데에서 가장 잘생기고 예쁜 아이라면 단연 철수와 유리겠다. 그런데 얘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집도 잘 산다. 게다가 성격까지도 좋다. 철수야 좀 잘난 척하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범 어린이 타입이다. 유리야 흠잡을 데가 없다. 얼굴 예쁘고, 집안 빵빵하고, 성격 천사고, 완전 삼박자를 구비했다.


이에 비해 콧물을 흘리는 훈이와 이름부터 맹한 맹구는 하는 짓도 맹하고 미련하다. 또한 겁도 많다. 집도 그리 잘 사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찌질한 우리의 훈이와 맹구는 철수와 유리와 철저하게 대비되면서 BIG 스테레오타입을 은연중에 전파하는 조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짱구 동생 맹짱아양은 왜 잘 생긴 남자만보면 울음을 그치는 것일까?


이처럼 "짱구는 못말려'의 등장인물들은 완벽할 정도로 BIG 스테레오타입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짱구는 못말려"만 이런 식으로 BIG스테레오타입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만화 대부분이 거기서 거기다. 이런 만화를 몇 년 씩이나 보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BIG 스테레오타입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더구나 인기있는 만화는 애니메이션화 되어, 케이블 TV들이 몇 년씩 재탕 삼탕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재탕, 삼탕에도 질리지 않고 틈만 있으면 애니메이션을 보려든다. 이런  아이들이 스테레오타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더욱이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완전히 몰입한다.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모습을 지켜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아이들은 화면으로부터 시선울 떼지 못한다. 화면 속으로 거의 빨려 들어간다. 어릴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이것은 완벽한 트랜스 상태이다. 트랜스 상태에서는 피암시성이 높아져 설득 당하기 쉽다. 어찌보면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의 탈을 쓴 BIG 스테레오타입에 완전하게 세뇌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다이온의 연구처럼 3세에서 6세 정도면 이미 BIG 스테레오타입이 형성돼 버린다.


지금과 같다면 스테레오타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완성된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 스테레오타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벗어나기 힘들다. 더구나 지금은 BIG스테레오타입에 기반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세상이다. 드라마, 영화, CF, 오락프로그램 등 눈만 뜨면 BIG 스테레오타입에 기반한 정보의 세례를 받고 있는 우리들이다( 이런 것들이 얼마나 BIG 스테레오타입을 전파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날 틈이 없는 것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라면 BIG 스테레오타입이란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가 성형수술 붐과 다이어트 열풍이다.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이런 식으로 길러내는 사회의 종착점으로는 너무 당연한 현상이어선지, 이런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다.

오히려 주류 미디어는 하루라도 빨리 성형수술하고 다이어트하라고 안달이다. 하긴 매스미디어가 지금에 와서 성형수술과 다이어트가 좋지 않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선이다. 차라리 지금과 같이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것이 노골적이고 자연스럽기는 하다.
 


사실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는 생각 이상으로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고 있다.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로 돈을 버는 것은 누구일까? 가장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것은 물론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관련 업계일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규모가 만만치 않지만 돈을 버는 것이 이들로 그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우선 이들의 광고로 미디어의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그리고 미디어는 그 댓가로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하라고 펌프질한다.


그래봐야 미디어는 새발의 피다. 이들보다 돈을 훨씬 더 버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바로 의류업계와 화장품업계 그리고 성형외과 이외의 병원들이다. 이들이 돈을 버는 이유는 여성들의  바디 카덱시스(body cathexis) 때문이다 .


바디 카덱시스 때문에 완성된 공생구조

사람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을 바디 이미지라고 부르며 이에 대한 만족, 불만족의 정도를 바디 카덱시스라고 한다. 바디 카덱시스가 높을수록, 즉 자신의 신체적 조건에 만족할수록 화장품비와 의류비 지출이 높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사실 돈 들여서 나아지는 구석이 있어야 돈도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백날 해봐야 말짱 꽝인데 돈 들이고 싶어 할 사람 하나도 없다.


이런 까닭에 사람이란 성형수술로 예뻐지면 화장을 더 하고 싶어 한다. 다이어트로 날씬해지면 옷에도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이왕 버린 체형이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옷 한번 입어보겠다고 그 고생을 무릅쓰며 다이어트하는 여성이 한둘이던가? 성형과 다이어트에 성공하고나면 결국 화장품과 의복에 지출하는 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결과 성형수술 붐과 다이어트 열풍에 의류업계와 화장품업계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은 광고로 미디어에 보답한다.


사람들의 바디 카덱시스를 구성하는 요인은 “몸매”, “용모”, “건강”의 세 가지라는 것을 많은 연구들이 지적하고 있다. 바디 카덱시스가 긍정적이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모두에 만족하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 대개는 이러한 세 가지에 어떤 식으로라도 불만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불만이 있다고 해서 이 세 가지 모두를 높일 수는 없다. 돈과 시간이 너무나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가운데에서 자기가 특히 원하는 부문에 집중해서 바디 카덱시스를 높이려 한다. 몸매에 만족하지 않는 여성이라면 다이어트를 택한다. 용모에 불만인 여성은 성형수술에 나선다.

문제는 다이어트나 성형수술을 하려는 여성치고 건강에 특히 신경을 쓰는 여성은 드물다는 점이다. 신경은 커녕 대개는 건강을 희생해서라도 몸매와 용모에 대한 바디 카덱시스를 높이려 한다. 그러다보니 여고생들의 절반이 빈혈이라는 말도 안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무리한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친 사람 역시 줄을 잇고 있다.  결국 이들이 가야할 곳은 병원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덕에 성형외과와 다이어트관련업계는 물론, 미디어, 화장품업계, 의류업계 그리고 성형외과 이외의 병원까지 돈을 버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또한 장사 잘되서 세금 잘 걷힌다는데 정부가 토를 달아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결국 이러한 공생구조가 유지되는 한 우리 사회에서 BIG 스테레오타입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하다 사망했다는 기사 역시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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